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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<나는 바람입니다>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- 조 옥 동-

 

나를 찾습니다

나를 잃어버렸습니다

날개를 접고 문풍지 사이로 들어와 

틈만 있으면 드나드는 도둑같이

두려워 창밖을 봅니다

 

어두운 방 한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

서로 동풍이다 서풍이다 불러 준 쌍둥이는 헤어져

우왕좌왕 갈 바를 모르는 젖먹이였던 바람

이제 날개가 접히어 더 이상 바람이 아니랍니다

 

숲을 울리고 사방으로 방황한 기억만 남아 

남풍 아니면 북풍이었을까

따스한 봄바람이었다 아니

눈송이를 자르는 시베리아 칼바람이었다

 

하늘에서 휘몰아친 불바람 같기도

내 조상은 미풍이 아니면 폭풍일 거라고

이리저리 족보를 폈다 접었다 합니다

 

바람이 잔다, 바람이 운다 하였나요

바람났다, 바람맞았다 하는 황폐한 폐허에서

바람이 불다 말다 하니 이 마음도 이랬다저랬다

바람 마음 내 마음입니다

 

빛바랜 낙엽을 몰아 애꿎은 골목길 쓸어가며

속삭이다 울부짖다 지난여름 맺어 놓은 사과 한 알

매끄러운 그리움 언저리

잠시 스쳤다 지나는 

몸 없는 바람입니다